“메신저에는 '자리비움' 이렇게 되어 있는데 막상 말을 걸어보면 바로 대답하는 경우가 꽤 있다.” - gollum

우리는 늘 시간 없다고 불평한다. 그래도 술은 잘도 처먹는다. 만나기 싫은 사람에게는 365일 바쁘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24시간 널널하다. 포털 뉴스면의 ‘가장 많이 본 기사’의 실제 의미는 ‘제목을 가장 섹시하게 단 기사들’이다. 블로그에 댓글을 단다.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속마음은 이렇다. ‘애쓴다. 담부텀 잘 좀 써 봐라.’ ‘랜덤타고 왔어요. 담아갈게염~♥’의 속뜻은 이런 것이다. ‘일단 퍼가지만 다시 읽을 일은 없을 거예요.’

스포츠 스타들이 인터뷰에서 늘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말의 속뜻은? ‘인터뷰하기 귀찮아요.’ 친구 결혼식장에서 몇 년 만에 다른 친구를 만난다. “어이, 잘 지냈어? 우리 술 한 번 먹어야지? 조만간 보자구.” (원뜻 : 저 인간 또 만났네. 웬만하면 다신 안 봤으면 좋겠군.) 어쩔 수 없이 보긴 본다. 다음 결혼식장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 문숙(고현정)은 김 감독(김승우)의 옷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여기요.” 김 감독이 고개를 숙여 옷을 살펴보자 이렇게 말한다. “인사 잘 하시네요.” 유치하면서도 귀여운 유머. 당신한테 관심있다는 말이다. 김 감독은 문숙에게 술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얼굴이 참 좋아요.” 이 표현의 속마음? ‘나 너랑 자고 싶어.’

인터넷 공간에 자기 모습을 전부 보여줄 이유는 전혀 없다. 조금만, 필요한 만큼만 보여주면 된다. 그러나 자기 생각과 다르게 표현하는 건 곤란하다. 정신분열은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다. 겉과 속이 따로 노는 것, 그게 바로 정신분열이다. 머리에 꽃 꽂는 거, 한 순간이다. 본인은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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