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기 사전

context 2007/04/04 14:52
- 최근 수록한 표제어 : 바다, 기획자
- 최근 수정한 표제어 : 귀여움,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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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를 키우는, 아니 고양이 삶에 관여하는 일은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고양이의 삶에 관여하려고 하는 이들이여, 고양이는 자신을 버린 주인을 찾아 천리길을 돌아오는 누렁이가 아니다. 강아지는 주인이 자기를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자기가 인간을 돌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외로워 할까봐 가끔 놀아주기도 한다. 고양이의 앞발 가운데를 양 손으로 살포시 누를 때 느낌이 참 좋다. 그러면 그 부드러운 것 속에 그렇게 날카로운 것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게 된다.

관엽(觀葉)식물은 잎이 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별빛 벤자민의 화려한 잎사귀는 정말 아름답다. 파키라의 강렬한 녹색도 멋있다. 다채로운 녹색을 띠는 디펜바키아(카밀라, 일명 마리안느)의 잎과 그 촉감을 좋아한다.

귀여움의 기저에는 그이가 나보다 약한 존재라는, 즉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호의적 확신이 깔려 있다. 귀여움은 나이를 초월한다. 영화 <귀여워>에서 약자들 사이에서 어떤 약자가 자기보다 더 약한 자를 귀여워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더 편한 선택이 있었음에도 바보처럼 그 길을 가지 않는 그런 이가 짓곤 하는 해맑은 웃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이 나를 공격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그를 귀여워하는 게 무척 죄송스러워지곤 한다. <해변의 여인>에서 문숙(고현정)은 중래(김승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 맛있는 거 사 주라. 진짜로 맛있는 거. 음... 떡볶이 같은 거." 귀엽다. 화내는 것은 귀엽지 않지만 토라지는 것은 귀엽다. 멍청하다고 말하는 건 귀엽지 않지만 바보라고 말하는 건 귀엽다.

글쓰기는 삶을 정리하는 기술이다. 좋은 삶을 보여주면, 즉 잘 살면 잘 쓸 수 있는 바탕을 갖춘 것이다. 그때부터는 요령만 익히면 된다. 훌륭한 글쓰기 선생이 되고 싶다. 좋게 살고 싶다.

기차
는 강과 터널을 통과할 때 가장 기차답다. 처거덕처거덕, 그 경쾌함이 가장 기차다운 리듬이다. 의암호 일몰을 보러 가는 따스한 봄날 오후의 청량리발 춘천행 열차가 좋다.

기획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생각하는 무난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동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사람이다. 좋은 기획자는 좋은 작가이자, 좋은 실천가이자, 좋은 중재자다.

이란 현금을 융통하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거나 재산을 헐값에 담보 잡히는 짓으로 신용제도의 병폐다. 그래도 좋아할 수 있는 깡이 하나 있으니 공짜로 얻은 문화상품권 두 장으로 16,000원 짜리 책을 사고 거스름돈 4천원을 받아 순대국을 사먹는 일이다.

꽃이름을 외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직접 만져봐야 꽃이름을 알게 된다는 점은 일종의 신비체험이다.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꿈꾸는 일을 즐기고 어느 정도 내공을 쌓으면 꾸고픈 꿈을 골라서 꿀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지난 번 꿈의 끝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일명 '시리즈꿈'이라 명명했다)  꿈 속에서 현실과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 좋은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속 인물을 꿈 속에서 만나는 일은 행복하다. 조제와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니는 꿈을 꾸었다. 조개껍질을 밟자 바닥에 쓸리며 빠가각... 소리를 냈다. 조제는 그 소리가 싫다고 했다. '나온 김에 라일락이나 좀 사가야겠어' 조제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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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영화를 꼭 남자 감독이 만들 필요는 없다. 남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낸 작품은 남자 영화다. <친구> 따위는 남자 영화가 아니라 싸나이 영화다. 나에게 남자 영화란 <냉정과 열정 사이>, <시네마 천국>, <비포 선 셋> 같은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남자 영화는 박찬옥이라는 여자가 만든 섬세한 작품 <질투는 나의 힘>이다. 제목은 기형도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마미야 형제>도 좋다.

냄새는 가장 강력한 저장 매체다. 그러나 일단 저장하고 나면 삭제하기 곤란하다. 2001년 10월 생일 무렵, 마이산 등산로를 가득 채웠던 도토리 내음을 잊지 못한다.

눈웃음은 만드는 것도, 짓는 것도 아닌 치는 것일 뿐이다. 꼬리 흔드는 걸 꼬리 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눈웃음은 늘 독자의 마음 속에 있다. 너무 흔하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은 효리의 신비한 눈웃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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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종종 다큐멘터리쇼를 포함한다. <볼링 포 콜럼바인>까지만 해도 다큐멘터리 작가에 가까웠던 마이클 무어는 <화씨 9/11>에 와서 완전히 다큐멘터리쇼 작가가 됐다. 김동원 감독의 <송환>을 열 번도 넘게 봤다. <우리학교>도 좋다.

담배 피우기는 독한 것을 들이마시고 더러운 것을 뱉어내는 놀이다. 원고 마감 후 맥주 한 잔과 곁들이는 멘솔 담배는 참 맛있다.

된장찌개가 점점 좋다. 좋은 된장만 있으면 대충 끓여도 맛있다. 좋은 된장, 좋은 멸치, 싱싱한 느타리버섯과 호박, 두부 송송.

드라마는, 무대 위에 올리지 않더라도 독자가 그 대본만 읽고서도 마음 속에서 상연할 수 있어야 좋은 작품일 것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을 좋은 드라마의 기준으로 삼아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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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미는 날 읽어달라며 독자에게 땡깡 부리는 내 아이디다. 읽지 않아도 되지만 읽어서 나쁠 것 없는 readme.txt 파일. 리드미 이전에 쓰던 아이디는 포이트리(poetlee)였다. 아이디는 자기동일성을 확인하는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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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가장 훌륭한 의사 전달 도구이면서도 가치에 비해 너무 천대받는 장르다. 이와아키 히토시의 <<기생수>>를 읽고 나서 만화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만화 영화를 보는 건 오로지 만화 영화만이 그걸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사와 매우 흡사한 만화 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오시이 마모루는 좋아한다. 내게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오랫동안 단연 최고였다. <추억은 방울방울>을 보기 전까지.

맥주는 혼자 마셔도, 여럿이 마셔도, 무엇과 마셔도, 다른 걸 곁들이지 않아도 되는 두루 편한 술이다. 좋아하는 맥주는 미 서부 도시 시애틀에서 마신 그 지방 서민 맥주 "레드훅(REDHOOK)". 단번에 날 사로잡았던 붉은 빛깔의 술이다. 그 이름처럼.

미지근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성격도 침착하다. 난 미지근한 음식, 식은 커피가 좋다. 미지근함은 뜨거움을 덜어낸 따뜻함이다. 델 듯 뜨거운 커피가 20대 사랑 같다면 따스함이 조금 남은 식은 커피는 30대의 사랑 같다. 브레히트는 발터 벤야민이 정원에서 <<자본론>>을 읽는 것을 보았다. "당신이 이제야 마르크스를 읽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사람들이 점점 더 그를 거론하지 않는 이 마당에 말입니다." 그러자 벤야민은 이렇게 답했다. "많이 거론된 책은 일단 유행이 지나간 후에 읽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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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다운 바다를 처음 본 것은 해양소년단 초딩 시절이었다. 원산도 앞바다의 지금 모습은 어떨까. 동해는 자연에 가깝고, 서해는 인간에 가깝다. 남해는 그 중간이다. 겨울바다는 별로 낭만적이지 않다. 졸라 춥기만 하다. 웬만하면 혼자 가진 말자.

박물관
에서 봐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박물관은 거대한 사전이다. 단어만 찾고 사전을 닫는 사람이 있고, 찾은 단어를 분절점 삼아 여러 개의 링크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 보잉사의 비행기 박물관은 여러모로 훌륭했다. 비행기는 인류의 희망과 꿈을 상징한다. 그 비행기들이 가득했던 곳이라 더 흥분했던 것 같다.

배려란 생색내지 않고 그이를 향해 건네는 조용한 미소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귀네슈 감독은 헤트트릭을 기록한 박주영을 후반 43분에 교체했다. 잘 뛴 선수가 홈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에서 나오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런데 빨리 나가라며 선수를 재촉한 주심 덕에 이 아름다운 장면은 생략되고 말았다. 까칠한 인간들은 배려 따윈 돌보지 않는다.

번역은 한글로 된 것이든 외국어로 된 것이든 본 뜻이 상하지 않도록 타인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적절하게 옮기는 작업이다. 정확하게 번역하지 않으면 좋은 해석도 없다. 의역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다. 모든 번역은 직역이다. 번역자의 문장으로 완전무결하게 옮긴 번역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알라의 말을 충실하게 옮긴 것이 <<꾸르안>>이다.

배구 선수가 농구 선수와 다른 점은 오로지 홀로 제 마음껏 새처럼 솟아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배구 대표팀 주 공격수 나카가이치 유이치를 동경했다. 아름다운 새 같았다.

비행기가 흔들리면 두렵다. 내 목숨이 기장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사장이 내 명줄을 좌지우지하는 회사에 다닌다면 늘 두려울 것이다. 나는 창공에 프리랜서라는 경비행기를 띄웠다. 좌석도 비좁고 여러 모로 불편하지만 내 목숨이 내 두손에 달렸기에 웬만한 악천후에도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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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은 해답이 아닌 해답의 실마리를 모아 놓은 책이다. 사전은 휴대용과 탁상용 두 종류가 필요한데 전자는 내용보다는 한 손에 잡히는 사이즈가 중요하고, 후자는 정확하면서도 방대해야 좋다. 여러 해 동안 예비군 훈련을 함께 받았던 두산동아 "메이트 국어사전"을 여전히 좋아한다.

색깔은 개인의 취향과 성격의 변화를 가장 거시적으로 보여준다. 20대엔 노랑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바뀌었다. 고추를 널어 말리기 딱 좋을 여느 시골의 가을하늘 색이 좋다.

섹스는 대사 없는 대화다. 신호를 보내면 저쪽에서 신호를 읽고 반응한다. 때론 녹색, 때론 빨강, 때론 노랑. 신호 대기에 걸려 있는 감촉, 눈빛, 냄새, 맛. 쉼없이 점멸하는 욕구는 어써라이즈드 온니, 관계자 외 출입금지. 안개 낀 공원의 가로등처럼 때론 다운타운의 네온사인처럼, 신호를 주고받으면 두 사람 사이에 등이 깜빡인다. 그 불빛 아래서 나누는 은밀한 대화에 굳이 대사가 낄 필요는 없다.  아무 대화없이 '좋았어?'라고 끝내는 섹스가 가장 슬프다.

소설의 사명은 시대의 단면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일이며 그건 사진이나 시 같은 다른 장르가 결코 이룩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게오르규의 <<25시>>를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소프트웨어는 가끔 감동을 준다. 좋아하는 소프트웨어는 멋진 신세계로 날 인도했던 포토샵  사쩜영이다.

을 내밀면 그이가 손을 잡는다.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체온과 마음을 나눈다. 아름답다. 손길을 뿌리치는 건 야속하고 슬프다.

순대국에는 당연히 순대를 넣어야 한다는 상식이 맛을 망친다. 감자탕의 감자가 돼지 등뼈의 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모른다고 해도 여하튼 감자를 넣으면 맛이 더 좋아지긴 한다. 감자탕을 혼자 먹으면 우울하지만 순대국은 혼자 먹어도 즐겁다.

시(詩)는 삶에서 체득한 정서를 감각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 장르다. 좋아하는 시는 장영수 시인의 "동해10"과 나희덕의 초기작들이다.

싫어하기 사전은 좋아하기 사전의 반대가 아니라 그저 다른 종류다.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어도 되지만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싫어하기 사전은 아직 만들지 않았지만 너절한 것들은 죄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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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는 왜 성인배우로 성공하지 못하는가. 관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에게서 세월의 변화를 보고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세영은 아역배우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아름답고 성숙한 배우다. "미스리틀선샤인"의 올리브를 연기한 아비가일 브레슬린, 가와이 가와이. 나 역시 올리브가 어른이 되는 건 원치 않아. 잇 더즈 매러, 안 다이조브.

에로비디오 제목은 마치 세상만사를 다 보여주려는 현대의 만화경 같다. "여보, 보일러 댁에 아버님 놔드려야겠어요".

에세이는 아직 완성되지 않는 시이거나 허구를 은폐한 서사다. 악셀 하케의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가 내가 쓰고자 하는 에세이의 모범이다.

에스에프(SF) 영화의 공통 모티프는 기억과 시간이다. <가타카>가 단연 최고이며, <블레이드 러너>, <엑시스텐즈>, <스타워즈 에피소드3>도 좋아한다. 우주나 미래를 배경으로 삼았다고 해서 SF인 것은 아니다.

여행지로 향하는 과정이 여행의 전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곳에 다다르면 여행은 이미 끝난다.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다. 까딸루냐 문화를 느끼고 싶다.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연예인 커플은 왜 최고 아니면 최악만 있나. 헤이/조규찬, 강혜정/조승우. 잘 어울린다. 설사 헤어진다고 해도 그 잘 어울리던 풍경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우듬지는 새들이 둥지를 트는 나무의 제일 윗부분이다. 일곱 살 때 올라가 놀던, 하지만 끝내  오를 수 없었던 바로 그 곳.

음식이 쉰다는 건 슬픈 일이다. 내 오랜 친구들이 쉰 음식처럼 변질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는 게 참 서글프다. 화살처럼 빠른 인생에 몸뚱이 하나 건사하려면 발효음식이 되는 도리 외에 딴 방법이 없다. 발효음식은 썩을수록 아름답다.

일몰은 우리에게, 아름다웠던 것들을 불러낼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한다. 춘천 어린이회관 옆 계단에 앉아 보는 의암호변의 4월 노을을 좋아한다.

입맛도 나이를 먹는다. 블랙커피와 쓴 소주가 더 이상 쓰지 않을 때, 달콤한 와인보다 텁텁한 와인이 좋아질 때, 시큼한 멍게 맛이 달달하게 느껴질 때, 삭힌 홍어에서 변소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을 때  입맛은 한살두살 더 먹는다. 애건 어른이건 단맛을 좋아하지만 쓴맛을 견디면 끝내 달다는 사실은 오로지 경험에서 온다. 쓰디쓴 것들은 꿀보다 달다. 그 단맛을 깨달으면 사람들은 살 맛 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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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것은 자동차를 모는 것보다 훨씬 로맨스에 가깝다. 두 바퀴로 굴러가며, 페달을 밟지 않으면 멈추는 게 아니라 쓰러진다. 내가 사는 곳은 대부분 평지고 차가 많지 않아 자전거 타기에 좋다. 계절에 걸맞는 냄새가 풍기는 한적한 가로수길을 느긋하게 달리면 근심은 사라진다.

잡지
의 존재 근거는 간행 주기에 있다. 월간이면 월간답게 계간이면 계간답게 만들어야 하는데 주간지 같은 월간지, 월간지 같은 계간지가 대부분이다. 가장 주간지다운 주간지 <한겨레21>을 좋아한다.

족발을 좋아하게 되면 그 구수한 맛이 풍부한 기름기에서 나온다는 걸 안다. 서울남대문 시장 골목 "중앙족발"이나 "순천왕족발"에서 좋은 족발을 판다.

종말론은 비관론이 아니라 낙관론이라는 사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고 깨달았다. 우주 운행의 절대 원리와 종말을 알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있다고 믿고 사는 게 삶을 윤택하게 하기 때문이다. 종말론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새벽 다섯 시에 박수치며 노래하는 우리집 옆 하림교회 교인들이 그런 부류다.

좋아하기 사전이란 즐겁게 살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 곳에 모아둔 상태를 가리킨다. 좋아하기란 과거, 현재, 미래에 모두 걸쳐있는 것이므로 자료는 항상 줄었다늘었다 한다. 나는 늘 나의 좋아하기 사전 최종판을 사랑한다.

징검다리 놓기란 누군가 자신을 딛고 새로운 세상인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리드미파일을 징검다리 삼아 그이가 다시 글을 쓰게 된 것, 내가 다시 그이의 독자가 된 것, 그래서 예전처럼 글을 나누는 친구가 된 게 참 좋다.

쪽팔림은 싫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좋아할 만한 대상이다. 추함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향한 여정에 놓인 현상이다. 쪽팔림을 아는 건 추함에서 벗어난 상태이므로 아름다워질 준비가 된 거다. 쪽팔린 짓을 하고서도 쪽팔린 줄 모르면 추하다. 많이 쪽팔려서 다음에 쪽을 덜 팔면 더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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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타일이 나라마다 다른 것은 속도, 체력, 기술의 분배 철학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건 외국인 감독이 와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축구는 역시 즐기는 축구, 이왕이면 더 아름답게 기량을 펼치는 브라질 대표팀의 축구다. 단, 글쓰기에서는 이탈리아의 수비 축구를 닮아야 한다. 그래야 즐기는 축구도 할 수 있다. 아스널팀을 좋아하고 딩요를 좋아한다. 매너 좋은 라울 곤잘레스도 좋다. 반지 세레모니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트라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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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자판은 우리가 길들일 대상이다. 그러나 길들이고 나면 그때부터 우리가 길들여진다. 노트북 느낌이 나는 펜타그래프 방식 키보드가 좋다. 길들여졌다. 딴 건 못쓴다.

코미디언은 가장 똑똑한 예술가들이다. 신동엽은 마치 그걸 하려고 태어난 것 같은 코미디언이다. 온몸으로 웃기는 코미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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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목적은 주인을 보호하는 일이다. 보살핌, 애정, 자립은 거기에서 나오며 이런 느낌들은  따뜻함이라 뭉뜽그릴 수 있다. 차가운 털은 어색하다. 강아지 시절 누렁이(똥개) 목덜미는 따뜻하고 정겹다. 똥개 키우고 싶다. 고양이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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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이란, 부질없는 다짐은 사라지고 오로지 실천만 남아 불안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마음의 상태를 가리킨다. 행복은 마음의 평정에서 비롯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적한 주말 오후, 집앞 공원을 거닐며 명상에 잠기면 정말 행복하다.

포르노
를 향한 가장 심각한 모독은 몰카 영상을 포르노라고 지칭하는 일이다. 어릴 때는 노모가 좋았는데 이제는 모자이크가 좋다. 선이 아름다워야 하며 균형잡힌 선을 보려면 클로즈업은 부질없다.

안에 잠든다는 것은 그이에게 자신을 내맡기는 일이다. 내 품에서 잠든 친구의 아기를 보며 부모가 되면 이런 심정이려니 짐작했다. 코가 찡했다. 품는 이의 모든 품은 아늑할 정도만큼 넓다. 

핑클의 "영원한 사랑"은 "니가 참 좋아"나 이선희의 "친구에게(번안곡, "눈부신 햇살 더욱 따스한 오후 선물로 보내준 네잎클로버" 로 시작함)"보다 훨씬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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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는 그래픽이다. 이미지로 보지 않으면 한자는 그저 골치아픈 글자에 머문다. 한자를 쓰는 일은 작은 캔버스 안에 펼치는 예술이다. 내 이름이기도 한 "룡(龍)" 자를 좋아한다. 아주 높은 수준의 그래픽 경지를 이루었다.

휴게소는 가락국수, 오뎅, 자판기 커피, 깨끗한 화장실, 흡연 파라솔을 갖추어야 한다. 춘천 방향 경춘국도에 있는 화도 휴게소는 참 근사하다. 주인이 직접 키운다는 화초들이 휴게소 안팎을 가득 채우고 있어 마치 식물원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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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07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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