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복습부터 하죠.
서로 관련없는 글감은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글감을 펼쳐놓고 순서를 정해 줄을 세우면 개요가 됩니다.  
그럼 순서는 어떻게 정할까요?

이면지나 노트에 글감을 쭉 늘어놓고 화살표로 연결 관계를 표시해 보세요. ‘화살표’가 중요합니다. 택배기사가 짐을 배송하기에 앞서 지도를 펼치고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연스런’ 동선을 체크하듯이 글의 전개 과정을 미리 그려보는 겁니다. 그걸 업계 용어로 ‘짐을 짠다’고 했었지요?

개요도 ‘짜는’ 거지요. 글쓰기에 필요한 시간이 100이라고 하면 이중에 50 이상을 개요짜기에 투여해야 합니다. 개요가 부실하면 글 쓰나마나예요.

지난 시간에 청취자들이 올린 글을 몇 개 추려 봤습니다.

김영주 / 노년에 자서전을 쓰고 싶어요.
=> 자서전, 좋지요. 그런데 노년에 쓴다고요? 이건 어떨까요? 현재 시점에서 자서전을 써 보는 겁니다. 젊은 나이에 자서전을 쓰기에는... 쓸 말이 별로 없을 것 같다고요?

지금 쓸 이야기가 없다고, 다음으로 미루면 평생 못써요. 현재 삶을 정리해보세요. A4 용지 한 장 분량이든 원고지 한 장 분량이 됐든, 일단 써 보세요. 분량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년 이맘때 자기가 쓴 글을 보면서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세요.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또 업그레이드하고요...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 근사한 자서전이 완성될 겁니다.  

제가 늘 강조하죠? 일단 열심히 살고, 열심히 산 경험을 정확히 옮겨 적으면 좋은 글이 된다고요. 명심하세요, 글쓰기는 삶을 정리하는 기술이에요. 좋은 글은 잘 살고 있다는 증명서예요.  

6097 번호 쓰시는 분이 이렇게 적으셨군요.
공원에 놀고있는 아이들을 보며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아직 개요 단계는 아니고 글감을 찾으신 건데요, 개요를 잘 짜려면 글감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게 중요합니다. 공원에서 아이들이 어떤 놀이기구를 타는지 구체적으로 적으세요. 정글짐인지 시소인지.  아니면 어떤 룰을 정해서 어떻게 노는지 기록하세요. 자신이 어릴 때 했던 놀이를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세요. 그러면 글감이 새끼를 칠 겁니다. 새끼치기! 기억나세요?  

이번 시간에도 ‘개요짜기’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과제는 주변의 구체적 글감(소재)을 추상적 글감(주제)으로 바꾸는 겁니다.

놀이터 얘기가 나왔으니 그걸로 계속 설명하죠.

정글짐 -> 이건 구체적 글감입니다. 정글짐이라는 익숙한 대상에서 낯선 개념을 이끌어내 봅시다. 어떤 놀이죠?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속으로 기어들어가기도 하고 그러지요.  정글짐 꼭대기에 걸터앉아 주변을 바라보면 기분이 좋지요. 계단을 올라가 미끄럼틀 꼭대기에 선 기분과 전혀 다릅니다. 정글을 헤치고 올라갔기 때문이에요. 여기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추상적 개념은 무엇일까요?

성취감. 미끄럼틀과 또 다른 점은 올라가는 길이 무궁무진하다는 거죠. 새로운 경로를 개척해 스스로 선택한 코스로 올라갔기에 더 뿌듯한 겁니다. 그럼 글의 개요를 이렇게 짤 수 있어요.

정글짐 => 다양한 경로 => 성취감 => 미끄럼틀과 차이

직장 생활과 연관지을 수도 있어요. 직장은 정글 같은 곳이잖아요.

정글짐을 응용하면 시소에서 추상적 개념도 이끌어낼 수 있지 않겠어요? 시소는 균형감이 중요한 놀이이니까... 추상적 개념은 균형일 겁니다. 시소는 지렛대 놀이죠. 아이와 시소를 타려면 지렛대 앞쪽으로 옮겨 앉아야 합니다. 아이 덩치가 커지면 아이도 앞으로 와 앉으면 왔다갔다 재미있게 시소를 탈 수 있지만 아이들이 그런가요? 저쪽으로 물러나 앉으려고 하지요. 아이와 시소타는 걸 포기하지 않으려면 내가 뒤쪽으로 가는 수밖에 없어요. 둘 간의 거리는 멀어집니다.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요...

영화 <맘마미아>의 그 노래 기억나지 않습니까? "Slipping through my fingers", 품으려 할수록 손에서 멀어지는 딸아이...

화살표를 활용해 짜 볼까요?  

시소 => 균형감 => 아이의 성장 => 멀어짐 => 안타까움

이런 식으로 글감을 확장해 보세요. 놀이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합니까? 어떤 놀이든 다 규칙이 있어요. 이 규칙을 어기면 놀이는 재미없죠. 놀이에 참여하는 구성원들끼리 합의해서 규칙을 새로 정하기도 하죠. 이것도 재미있습니다. 고스톱 하기 전에 규칙을 한 번 확인하기도 하죠.

어쨌든 개요를 짜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해요.

자, 오늘의 격언 한 마디. “먹는 게 바로 삶이다.” (뭥미?)

먹기 위해 사는 걸까요? 아니면 살기 위해 먹는 걸까요? 다 '쓰잘데기' 없는 의문입니다. 저는 먹는 게 바로 삶이라고 생각해요. 답을 내기 어려운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가 시간 다 보냅니다. 뭔가 그럴싸한 거창한 주제를 먼저 찾으려 하면 평생 개요도 못짜요. 자서전도 못써요. 주어진 눈앞의 현실이 가장 좋은 글감이요, 개요의 출발점입니다.

제가 개요만 짜놓고 아직 쓰지 못한 글이 있습니다. 친한 친구나 지인 중 하나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요?” 그 사람의 답변을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끝으로 묻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보기에 누가 잘 살고 있는 것 같습니까?” 그럼 친구가 말한 그 사람을 찾아 갑니다. 그 사람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요?” 똑같은 질문을 이렇게 릴레이로 합니다. 그러면 잘(좋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개요짜기 3부작 최종편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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